아난다 이야기
한바다
자기 스스로 주인이 되어 행함에서 정신의 힘은 길러진다. 붓다의 가장 총애를 받은 제자이자 그의 사촌 동생이었던 아난다는 붓다가 행한 설법을 줄줄 꿰맬 정도로 외우고 다녔지만 정작 붓다가 생존해 있을 때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에게는 총명한 기억력과 빼어난 미모가 있었지만 붓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마음이 있어서 정신의 힘을 충분히 성숙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제자들은 붓다의 영적 파워를 흡수한 다음 여러 곳을 다니며 스스로 움직이다 보니 자생력, 즉 정신의 힘이 강인해져 있었다. 하지만 아난다는 늘 붓다 곁에만 있다 보니 자생력을 키울 기회가 없었다. 비록 행복하긴 했겠지만.... 행복에 정신적 자생력까지 곁들여야 완전하다.
아난다는 형님인 붓다가 영원히 살 줄 믿었고 자신의 미래를 다 보장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붓다는 아난다에게 깨달음을 전수해주지 않고 입적해버렸다. 사실 붓다 입장에서 보면 전수해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해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인정이 많은 붓다로서는 아난다를 강하게 밀어부치지 못했던 것이리라. 아무리 붓다라 해도 친척이라는 인연은 짙었던 것이다.
이처럼 붓다가 가버리자 뒤에 남은 아난다는 왜 붓다가 살아있을 때 깨달음을 얻지 못했던가 하는 분통한 마음과 함께 심한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붓다의 말씀만을 가장 잘 기억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는 카샤파가 주관하는 경전 결집회의에 참석하려고 털레털레 걸어갔다. 그러나 카샤파는 깨닫지도 못한 사람은 경전 결집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문을 매정하게 걸어 잠가버렸다. 이에 분개한 아난다는 신통력으로 문을 뚫고 들어가려 했으나 웬일인지 신통도 통하지 않았다 한다. 이는 신통력보다 깨달음이 더 귀중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절통하고 분한 마음에 아난다는 절간 밖에서 깨금발을 하고서 내가 깨닫기 전에는 결코 이 자세를 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참으로 절실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한 나절이 다 갈 무렵 카샤파는 절 밖에서 여전히 깨금질을 하고 있는 아난다를 보고는 감동되었다. 아난다는 카샤파를 보고 간절히 물었다.
“사형님, 전에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비밀리에 전한 법이 무엇이오니까?”
이에 카샤파는 결정적인 힌트를 던져 주었다.
“어이 아난다. 기특하군, 저 절문 앞에 있는 찰간대를 꺾어 버리게.”
찰간대란 절 바깥에 있는 국기봉 같은 깃발을 꽂는 대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난다는 퍼뜩 불법을 깨쳤다고 한다.
12.09.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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